나는 전기공학과를 전공으로 졸업하고 좋아하던 교수님의 말에 혹해서 전기기술사를 꿈꾸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련있는 직무였던 건축전기설계 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시작했다. 자아 탐구를 하지 못하고 남의 말에 이끌려 직업을 선택하게 된게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이 회사에서 3년 6개월 정도 일을 했다. 일은 생각보다도 더 힘들었다. 1년동안 야근 하지 않는 날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업무 강도가 높다는 건 알고 시작하기도 했고, 나는 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가파른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일을 체력이 바닥날정도로 지속하게 되니 점점 지쳐갔다.
왜 나와 맞지 않았을까? 설계 자체는 재미있었다. 나는 주로 건축물의 용도나 구조를 파악해서 알맞게 전등이나 전열, 통신 장비를 배치하고 배관배선하는 설계를 담당했는데(사실 이외의 업무가 굉장히 많다. 계산서 작성 및 허가 신청, 협력업체와의 협의 등등) 이게 직무 특성상 설계 사무소에서는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말그대로 설계를 하는 것이고 실제로 어떻게 시공이 되었는지 또는 내 설계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은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설계한 도면이 검토되지 않고 나간 적도 많았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다보니 나는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없었고 도면 완성이 주는 성취감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대리로 진급하던 해에 그만두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다른 직무를 찾기 시작했다. 이 때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전기말고 다른 건 생각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기직 공무원을 해볼까 했다. 일하면서 틈틈히 공부했던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사와 토익 점수를 맞췄다. 이걸 하는데 약 6개월은 소비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 시간이 너무 아깝고 바보같았다고 느낀다.. 공부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나는 공부를 하면 실력이 성장하고 그것을 실무에 사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론적인 공부가 아니라 실무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전기 커리어를 무시하고 다른 직무를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즐겁게는 아니더라도(사실 즐겁게 하고 싶었다ㅋㅋ) 성취감을 느끼며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직업 선택 기준 1순위였다.
자아 고찰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그당시 했던 일은 매일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책은 한 분야의 전문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기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작정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읽게된 책 덕분에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개발 관련된 책을 하나 사서 실습도 해보게 되었다. 코딩은 재미있었다. 한줄만 작성해도 결과가 눈에 바로 보여진다. 나는 처음에 숫자 야구 게임을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걸로 진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바로(는 아니고 개발분야도 너무 다양해서 고민을 좀 했다 ㅋㅋ) 엘리스와 프로그래머스라는 부트캠프를 신청했다. 부트캠프도 코딩테스트와 면접을 보고 합격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침착하게 코딩테스트를 준비했다. 코딩테스트 준비는 프로그래머스를 통해서 했는데 재미있었다. 코테 결과는 두 부캠 모두 합격을 했지만 면접을 먼저 보고 결과가 빨리 나온 엘리스로 선택해서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육이 시작되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나는 개발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엘리스에서 해주는 교육과정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 당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게 많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열심히 했다. 온라인 강의였지만 교육생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주 3회 이상은 엘리스에서 제공하는 공간에 가서 교육을 들었다. 나중에 성실상도 받았다..ㅎㅎ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고 최종 팀 프로젝트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의 취준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수료 기념으로 친구들이랑 사이판 여행도 다녀오고 아주 룰루랄라였던 것 같다. ㅋㅋ
본격 취준 스타트!
만약 부트캠프를 갓수료한 취준생이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하는게 취준이 길어지는 길이라고 보고 반면교사 삼으면 된다.
나는 팀프로젝트를 더 경험하면 내가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그냥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친한 부트캠프 동기들끼리 모여서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는 프로젝트를 할 때면 정말 프로젝트만 한다. 다른 짓을 했다가는 내가 담당한 것을 완성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도 있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몰입하는 내 모습에 취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취업을 뒤로 미룬채 프로젝트에만 몰두했다. 하고 싶은 말은 무작정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어디고, 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나는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조사를 하고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려는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등장하게 된 배경이 뭐였는지는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을 못하고 남들이 좋다더라, 요즘 트렌드라더라, 이거 회사에서 많이 사용한다더라 같은 말만 듣고 기술을 사용했다 🥹 이게 내가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못했던 이유였고 그랬던 내가 부끄럽고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깨달았으니 조금은 성장했을까..? ㅎㅎ
(많은 것들이 생략.. 다음부터는 6개월에 한번씩 회고를 하도록 하자)
그리고 현재 면접을 2개 앞두고 있다. 둘 다 작은 회사이지만 자사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개발자의 성장을 지원해주고 개인과 기업간의 동반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회사이다. 면접 전에 개발자가 되기로 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회고하면서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나중에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일을 잘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일을 잘 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내가 지금 단계에서 정답을 말 할 수 는 없겠지만, 지금 내 생각으로는 비지니스를 잘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 분석하고, 주어진 기간 내에 고객이 원하는 퀄리티로 서비스를 구현해서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신입으로서는 일단 비지니스를 이해한 후 요구사항을 잘 분석하고 그걸 기한안에 잘 구현해내는 것이 일차 목표이다. 주니어~시니어에는 기한 안에 퀄리티 높은 성과물을 내고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변경에 유연하고 응집도 있는 코드로 파악하기 쉬우면서도 확장성도 좋은 코드를 작성하고 싶다. 더 미래에는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팀을 이끌며 후배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건강 관리를 잘 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 되자. 지치지 말고 파이팅해라 나 자신! 🙂
'개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데미x스나이퍼팩토리] 프로젝트 캠프 : Next.js 2기 - 프로젝트 2주차 회고록 (0) | 2024.08.21 |
---|---|
[유데미x스나이퍼팩토리] 프로젝트 캠프 : Next.js 2기 - 프로젝트 1주차 회고록 (0) | 2024.08.11 |
[유데미x스나이퍼팩토리] 프로젝트 캠프 : Next.js 2기 면접~1주차 회고 (0) | 2024.07.21 |